[농민신문] 100년 묵은 씨간장 한방울에 “아, 이렇게 깊은 맛이…”


강레오가 찾은 백년의 맛, 종가는 맛있다 (8)문화 류씨 시랑공파 류정항 종가
간장에 절여 만든 담백한 겉절이부터 된장 넣고 조물조물 무친 취나물까지
봄기운 가득한 나물에 밥 한그릇 ‘뚝딱’
메줏가루에 동치미국물·소금 넣고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먹는 ‘담북장’
멸치육수로 끓인 구수한 청국장도 일품
 

“100년 넘은 씨간장을 지켜온 종가가 있다는데, 찾아가볼까요?”

온갖 꽃이 만발한 봄날, 강레오 셰프가 장 이야기를 꺼냈다. 종가 중에는 100년 넘게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을 간직한 곳이 종종 있는데, 그중 한곳을 가보자는 것이다. 마침 장 담그기 좋은 봄날이다. 장맛 좋은 종가를 찾아가기에 이보다 좋은 때는 없을 터. 강 셰프가 이끄는 대로 길을 나섰다.



도착한 곳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이다. 읍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단아한 모양새의 고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택의 역사와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붕 기왓장마다 하얗고 푸른 이끼가 끼어 있는 이곳은 문화 류씨 시랑공파 류정항 종가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지’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오래된 부엌 문턱을 넘어오는 사람이 있다. 종부 김종희씨(57)다.
 

간장겉절이·된장무침 등 장맛이 음식맛

“장맛이 궁금해서 오셨다고요? 안 그래도 지난달에 장을 담갔는데…. 이번에 담근 장은 좀더 있다 간장하고 된장으로 갈라서 6개월 정도 더 발효시켜야 해요. 그러니까 ‘햇장맛’은 10월에나 볼 수 있죠. 지금은 이전에 담가둔 장을 먹는 시기예요.”

인사를 나누자마자 장 이야기를 묻는 강 셰프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놓던 종부는 일단 장맛을 보자며 강 셰프를 부엌으로 이끈다. 종부가 내놓은 5년 묵은 간장 한방울을 망설임 없이 혀에 올려놓은 강 셰프가 “맛있다”며 감탄사를 토한다.

“부엌으로 들어온 김에 간장겉절이나 해볼까요? 우리 집안에서는 봄이면 지천에 나는 나물을 뜯어다 간장으로 겉절이를 해먹었어요. 소금 대신 간장으로 나물 숨을 죽이는 게 특징이죠.”

설명을 이어가며 종부가 재게 몸을 놀린다. 마침 부엌에 있던 봄동에 간장을 부어놓은 뒤 양념준비를 시작했는데, 마늘을 다지고 쪽파를 썰고 깨를 가는 것으로 끝이다.

“봄동이 간장에 절여지면 준비해둔 양념과 집에서 담근 매실청·식초·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리면 돼요. 정말 쉽죠?”

내친김에 요즘 한창 향이 좋은 취나물도 된장에 무치고, 양파와 고추를 썰어서 된장·들기름·매실청·깨소금을 넣고 잘 섞은 양파고추쌈장도 만들었다. 하나같이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 참지 못하고 한입 집어먹은 강 셰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맛있어요. 과한 양념이 없어서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네요. 장맛 덕분인 거죠?”

맛있는 장 만드는 비법을 묻는 강 셰프에게 종부는 “별것 없다”며 겸양을 보인다.

“방법이야 뭐 다를 게 있겠어요. 그저 좋은 재료를 쓰고 장 담그는 과정 하나하나를 굉장히 정성껏 깔끔하게 진행한다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겠죠? 아, 하나 있네요. 100년 넘게 내려오는 씨간장을 사용한다는 거요. 장을 담글 때마다 씨간장을 한종지씩 넣어요.”

결국 100년 넘는 시간과 정성이라는, 모두가 알지만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방법이 종가의 비법인 셈이다.


짧게 발효시켜 먹는 담북장과 청국장

“충청도에서는 짧게 발효시킨 장을 먹었는데, 그게 담북장이에요. 우리는 빠금장이라고 부르는데, 말하자면 속성장이죠.”

담북장은 메줏가루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발효시켜서 먹는 장이다. 메줏덩이에 소금물을 붓고 한달 넘게 발효시킨 뒤 간장과 된장으로 가르는 일반장에 비해 발효시간도 짧고 장을 가르지도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집 담북장은 만드는 법이 좀더 특이해요. 메줏가루에 겨울에 먹다 남은 동치미국물이나 김칫국·소금을 넣거든요.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한 일종의 비법이죠.”

종부는 요즘에도 꼬박꼬박 담북장을 담가먹는다. 담북장으로 찌개를 끓이면 된장과는 또 다른 맛이 나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해먹는 건 청국장이에요. 보통 청국장찌개에는 돼지고기나 신김치·호박·매운고추 같은 부재료를 많이 넣고 끓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는 멸치육수에 청국장을 듬뿍 넣은 후 마늘·파·고춧가루·두부만 넣고 끓이세요. 청국장 고유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죠.”

유독 장맛을 즐기는 종가 사람들 덕에 해마다 적지 않은 양의 장을 담가왔던 종부는 10여년 전부터 아예 장류사업을 시작했다. 장독대를 넓히고 장 담그는 양도 늘렸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장 담그는 방법이다.

“먹는 음식이잖아요. 좋은 재료로 정성껏, 깨끗하게 만들어야죠. 저희 시어머니가 평생 그러셨던 것처럼요. 그래야 대를 이어오는 장맛도 잃지 않을 테고요.”

청주=이상희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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